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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인생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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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인생길에서
내가 죽어가는 것을 나만 몰랐다.
2023년 1월 6일에 지샘병원 입원 중 폐렴은 치유 효과가 좋았으나
담낭암 판정을 다시 받고 나와 아내가 심신이 몹시 피로해 있을 때
2월 22일
오랜만에 강변교회에 같이 출석하던 한선생님 내외분이
우리 내외를 점심 식사 자리에 초대하셨다.
나의 식성에 맞춰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은 후에
의왕 호숫가를 같이 걷기로 하였다.
의왕 호숫가를 동행인과 함께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 혼자서 걸어본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교우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안개가 많이 낀 날에 호숫가의 둘레길은 분위기도 좋았다.
한선생님 내외와 아내가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 걷고
나는 뒤따라 걸었다.
그러면서, 몇 걸음 걸으면서부터 우리 거리에 간격이 벌어졌다.
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저렇게 빨리 걷지..?’
생각하면서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조금 빨리 걸었다.
그런데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내가 숨이 차는 것 같았다.
’성근엄마!“
”왜요~?“
”오늘은 그만 걷고 싶어..“
”아! 그래요?“
한선생님이 얼른 알아듣고 대꾸하시며 앞서 걷던 세 분이 모두 돌아섰다.
내 평생 살아가면서 처음 있는 일이며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 내가 힘들어서 걷던 걸음을 내가 도중에 돌아가자는 말을
내 입으로 하면서도
나 자신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로부터 3달이 지난 5월 27일
오랫동안 강변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 하다가 서로 헤어져서
강변교회에 남아 출석하시는 김선생님 내외와 남포교회로 가신 한선생님 내외와
은혜교회로 출석하는 우리가 다시 만나 점심 식사를 같이했다.
백운호수 서남쪽 모락산 방향 골짜기에 있는 산나래 식당에서
우리는 그간의 이야기들을 서로 같이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신앙의 뜻을 같이하는 교우들이 한 교회로 같이 출석하면서
주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형제로 살아가는 것은
때로는 가족이나 친족들보다 더 가까운 이웃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러다가도 어떤 연고로 교회 출석을 달리했을 때는
서로 간의 관계도 멀어지게 되지만
마음속 중심에 이해를 같이하는 성도들 간에는
헤어져 살아가는 현실을 몹시 마음 아파하면서도
변함없이 교제를 나누고 살아간다.
대화 중에 한선생님이 나에 대해서 하신 말씀은
갑자기 내 귀에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지난번 왕송호숫가에서 유선생님을 뵈었을 때..
그때 정말 유선생님이 다시 회복하시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되었었습니다!“
나는 병상에 입원 중일 때에도
나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다만 주님께서 어떠한 이유로 내게 이러한 계기를 주셨을까?
하는 생각에 몰입해 있으면서
이제까지의 나를 다시 돌아보면서 오직 기도에 힘을 썼었다.
그런데, 한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새로운 자극을 받은 내가
또 다른 사람을 통하여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교회 장로님과 또 다른 몇 분에게 물었더니 역시 비슷한 대답을 해 주셨다.
작년 추석에 우리 내외를 아산으로 초대하여 극진히 대접해 주던 처남은
심한 폐렴 증세와 탈장 수술을 앞두고 있었던 나의 몸 상태가
너무나 안 좋았다면서
얼마 전에 만난 자리에서 농담 중에 당시의 심중을 말해주었다.
‘그날 매형께 마지막 송별 인사로 해 드렸었는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다시 뵙다니요~?’
흉허물 없이 말을 통하는 가까운 분들도
내가 죽기 전에 나를 찾아보는 것이라면서
내가 죽으면 그땐 다시 찾아올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내가 입원하던 날 주일 아침에 나는 아내에게 먼저 교회로 가서 예배하면
오후에는 내가 곧 가서 오후 예배에 같이 참석하기로 하고
잠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아들 성인이와 정희가 내 양옆에 서서 나를 부추기면서 차에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지샘병원 응급실로 가서 치료받고
입원까지 하고 나서야 제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내가 폐렴으로 응급실로 실려 가던 주일 낮에 아들 며느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내가 다시 정희에게 그 당시의 내 모습이 어떠했었는지를 되물었더니
교회에 다녀와서 우리 거실에 들어와서 보니 내가 화장실에서 불도 켜지 않고 세면대를 붙들고 서 있었다고 했다.
말을 건네도 거의 대답도 하지 않고 무표정이었다고 했다.
정희가 위험을 직감하고 성인이를 불러서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었다는 이야기였다.
나와 이웃들
나를 사랑하는 형제들
나의 종말은 이런 것이었나 생각해 보았을 때,
마치 내가 사후에 내 주변 세상을 다시 보는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살펴보았더니 은혜교회와 강변교회 교우님들과
다른 교회로 출석하시는 교우님들과 옛 교우님들까지
기도와 위로와 격려의 말씀과 함께 물질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나도 많았었다.
나는 한 분 한 분 떠올려 보며 기도와 마음속으로 인사드릴 뿐이었다.
오! 나그네 인생 80을 넘기면서
뒤돌아본 내 생활의 총체적 결산은 무엇이었던가?
하늘의 주님께서 나를 언제 선택하셔서 씨를 키우시고 부르셨을 때
내가 언제 화답해 드리면서 첫사랑의 고백에 감사드릴 수 있었던가?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하였지만
주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붙들어 주시고 지켜봐 주시면서
나를 무아지경까지 경험하게 하시더니
이제 나를 새롭게 회복의 길로 인도해 주셨다.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성공하기보다는
못나고 실패한 자로 부끄러움을 감수할지라도
내 영혼의 주이시며 아버지이신 하나님 앞에서까지 억울해 하며 후회의 순간을 맞지 않도록 소원하는 심정으로 구했을 때
주께서 내 나그네 인생 제3기의 자투리 인생 길에 다시 세워 주셨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건강과 재물과 지식을 구하였었지만,
그 세 가지 인생살이 조건은 이 세상에서 잘살아 보겠다는
내 자신의 소원이었을 뿐
주님께서 내게 요구하시는 뜻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내가 너에게 맡겨준 달란트가 아직 남아있으려니
이제부터라도 내가 네게 준 자유의지로
내가 기뻐하는 열매를 맺어 보이겠느냐?’
**지난 주일(10.15) 오후에 이상준 조사님을 통하여 가르쳐주신
성도의 자유의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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