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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낙산 성터를 돌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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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왠지 옛 생각이 더 나고
추억속의 길을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 같이 공유하는 추억이나 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여유 있는 대화를 하면서 같이 찾아가 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35년여 전에 같이 출석하던 교회를 달리하여
생활에서 멀어진 김집사는 여전히 옛 정을 잊지 않고
매년 가을이면 나그네의 생일 음식을 함께 하겠다고 찾아 주었다.
사실 나그네는 자신의 생일 날짜를 거의 생각도 않고 살아가지만
아내 외에 일평생 나그네보다 먼저 알고 찾아오는 날이 훨씬 많았다.
“집사님! 전에 저와 함께 가보고 싶으시다는 동대문 성곽을 함께 걸어요~..”
나그네 닉네임처럼 옛날처럼 불러주는 김집사는
몇 달 전에 말 한 것을 잊지 않고 기억 하고 있었다.
맑고 높게 열린 가을 하늘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에
우리 두 사람은 함께 걸었다.
그 지역에서 동인장로교회라는 건물만 서로 알았을 뿐
같이 공유 된 추억은 없었지만
내심 서로는 전해 들은 말로 알 수 있었기에
함께 지낸 옛날을 서로 이야기 하면서 걸었다.
김집사는 긴 머리 아가씨인 주일학교 교사로 누구나 다 알 수 있었고
옛 빈민촌 골목골목
으로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전도하고 심방하며 가르치던 때를
그림은 달라도 내용은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쪽으로 가셔요..”
나그네도 잘 아는 곳이었지만
동숭동 낙산 산꼭대기 아파트에 살았던 김집사가
더 잘 아는 길로 올라갔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관을 겉으로(안은 수리중)보면서
이화장 오른 편으로 올라가니
뭔지 모르게 옛날로 돌아가서 보는듯한 환경이 눈에 띄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여행 중에 찾아온 것 같았다.
이화장 뒷길로 올라서 걷다가 길 밑으로 보이는 곳은
특별한 유적지는 아니고
카페나 음식점도 아니면서
분위기는 쉬어갈만한 곳처럼 보이는 허름한 건물이 있었다.
60~80년대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어려웠던 살림살이..
많은 사진들은 그 시절의 취약한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지난날들의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담아 놓은 듯 보였다.
사진 속의 얼굴들의 빛나는 눈동자는 맑고 힘이 있어보여
장차 이 나라의 큰 일꾼들로
손색없는 믿음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 이 동네 살았다면서 혹시 김집사 어린 때 얼굴이라도 있나봐~?”
나그네의 말에도 아무 소리도 안하고
유심히 사진속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던 김집사...
밖으로 나와서야 김집사는 말했다.
“제가 바로 이 학원 출신이거든요~..
저 사진들 속에 제 모습도 있어요..”
낙산을 중심으로 동숭동 충신동 창신동 등 당시의 빈민촌의 어려운 생활은
연탄을 낱개로 사 나르기, 먹을 물 길어 오기 같은 이야기만 들어도
나그네도 그 시절을 어렵게 살아온 터라
충분히 이해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제가 검정고시에 떨어졌을 때가 힘들었어요..”
아, 그랬었구나..
앞에 보였던 그림에서
자식의 교육을 위하여 삭발의 어머니가
자신의 정신력과 삶 속의 희생을 통하여 이 세대의 훌륭한 인물을 길러 냈던 것처럼
여기 오늘 김집사가 그동안 보여준 삶의 모습들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아온 대로
그는 먼저는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삶으로 살아가면서
평생직장 생활로 한 대학교의 재무를 담당해 오다가 은퇴하기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놀랍고도 특별한 삶을
이곳에서 어떻게 다 말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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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의 오늘의 현실은
우리 경제가 많이 성장 하여 의식주의 기본은
해결한 듯 생각하겠지만
저렇게 화려하게 나타내 보여주는 도심의 속사정은
우리 정치 현실이나 사회 정의 차원에서
아직도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여 있을 것이다.
선과 악은 같이 갈 것이며 악은 오히려 득세하는 것처럼 갈 것이다.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미리 보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오, 서울이여!
이제라도 그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과연 얼마만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가?
“집사님! 저녁식사는 진고개로 가서 하시지요..”
김집사와 나는 창신동 골목길을 돌고돌아 시장 앞을 지나 동대문 큰길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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